2012년 6월 27일 수요일

대형교회, 세습엔 ‘한통속’… 눈감은 교인도 문제


대형교회, 세습엔 ‘한통속’… 눈감은 교인도 문제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세계 현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비판받아온 북한의 ‘3대 권력세습’. 말도 안 되는 이런 세습이 한국 대형교회에서는 가능하다. 부자세습은 물론 변칙세습까지 강행되고 중소형교회로까지 이어질 만큼 세습이 만연해 있다.

그런데 지난 12일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이자 교회 세습 1호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충현교회 감창인(95) 원로목사가 아들 김성관(70)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사실을 공개적으로 회개했다.

김 원로목사가 인정했듯 세습 과정에서 생긴 반목과 불신은 수많은 교역자와 교인들을 교회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충현교회는 현재 출석 교인 수가 1만 명 정도로 전성기의 3분의 1 수준이다.



‘성직’ 아닌 ‘권력’ 대물림

충현교회의 부자세습이 성공하자 광림교회,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들의 세습이 줄줄이 이어졌다. 2001년 당시 세계 최대 감리교회인 광림교회 김선도 담임목사는 장남 김정석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었다. 이어 김선도 목사의 동생들도 세습을 시도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아들 김정남 목사에게, 임마누엘 교회 김국도 목사는 아들 김정국 목사에게 각각 교회를 물려줬다.

특히 김홍도 목사는 지난 2003년 8월 공금 횡령, 배임,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40일간 갇혀 있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거물급 목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김국도 목사는 자기 형제들의 목회 세습을 두고 가장 성경적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는 100억 원을 들여 분당에 예수소망교회를 지어 아들인 곽요셉 목사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변칙세습’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인천 숭의교회의 경우는 할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3대로 목사직이 이어졌다. 7천 명 규모의 인천 부평교회와 주안감리교회, 부천 기둥감리교회 모두 세습이 이뤄졌다. 서울 신정동 대한교회는 아들이 없어 사위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직접적인 세습은 아니나 교회자산을 또 다른 선교재단 자산으로 바꿔 교회를 떠나도 재단을 소유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여론의 세습 비난을 피해 신문사를 만들어 물려주었다가 신문경영이 파행을 빚으며 노조의 장기파업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김상구 사무처장은 “비약일 수 있겠지만 한국만큼 종교장사를 하기 쉬운 곳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돈과 권력을 얻겠다는 사람이 성직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세습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데다 최근엔 합법적인 절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예배 설교 시간 등을 통해 아들 목회자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주는 것이다. 미리 세습의 당위성을 알리고 민주적 절차인 투표도 한다.

분당 순복음교회를 7년 동안 다니다 현재는 신앙생활을 쉬고 있다는 김인숙(가명, 30) 씨는 “교회에 오랫동안 다니면 아무래도 목사가 하는 말이 다 맞는 것 같고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목사가 말씀에 비춰 교인을 이끈다면 이런 일이 있겠냐”고 말했다. 김 씨는 “결국 종교 본연의 모습에서 떠나 있는 목사나 그것을 용인하는 교인의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습 고리 끊을 수 있나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대형교회 세습 문제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네티즌 ‘ml****’는 “교회가 많이 썩었다”며 “목사가 부귀영화를 누리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또 다른 네티즌 ‘배은*****’은 “한국 기독교의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 중 제일이 아들한테 교회를 세습하는 것”이라며 “교회를 자기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청양***’은 “나도 교회나 하나 차려서 돈이나 벌어야지! 교회도 체인점처럼 장사하면 그룹회장도 되겠다”고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개신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해 발표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최근 2010년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무려 48.4%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14.9%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 정도는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종교개혁시민연대 김성국 운영위원은 “대형교회의 세습은 성직에 대한 세습이 아니라 특권과 부를 세습하는 것”이라며 부패한 교회의 모습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담임목사가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다고 할 때 막기가 어렵다”면서 “또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담임목사를 옹호하는 것이 교인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교인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례로 세습안이 장로회의까지 통과됐지만 교인이 반대해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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